분석

빙판길 사고 78%가 12~1월…다리 위 치사율 4.5배

5년간 결빙 사고 4,112건을 보면 위험은 눈 오는 날보다 맑은 출근길과 교량·고가도로에 몰려 있다. 데이터로 본 빙판길 위험 지도다.

맑은 날 눈 덮인 산악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들
맑은 날의 겨울 산악 도로 —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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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도로 결빙으로 일어난 교통사고는 4,112건이다. 83명이 숨졌고 6,664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78%인 3,198건이 12월과 1월에 몰렸다.

숫자가 가리키는 위험한 장소와 시간은 흔히 떠올리는 폭설 속 고속도로가 아니다. 시동뉴스는 빙판길 사고의 핵심 위험이 맑은 날 아침 출근길, 그리고 교량·고가도로 위에 있다고 본다.

사고는 맑은 날 오전 8~10시에 가장 많았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 12월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결빙 사고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8~10시에 798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날씨별로는 눈이나 비가 오는 날보다 맑거나 흐린 날 사고가 더 많았다.

행안부는 원인으로 블랙아이스를 꼽았다. 노면에 얇게 언 얼음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시간대는 따로 있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사율은 낮 12~14시가 3.8명으로 가장 높았다.

시동뉴스는 운전자의 판단 차이가 이 결과를 만든 것으로 본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누구나 속도를 줄이지만, 맑은 날에는 노면이 말라 보여 평소 속도를 유지하기 쉽다. 낮 시간 치사율이 높은 것도 기온이 올라 얼음이 녹았을 것이라 여기고 속도를 내는 상황과 맞물렸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행안부 자료는 시간대별 사고 원인을 따로 나누지 않았다.

다리 위 치사율 5.9명, 마른 도로의 4.5배

장소별 차이는 더 크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도로교통공단의 2020~2024년 분석에 따르면 결빙 사고 치사율은 평균 2.0명으로 마른 노면(1.3명)보다 높았다. 교량 위에서는 135건에 8명이 숨져 치사율이 5.9명까지 올라갔다. 마른 노면의 4.5배, 결빙 사고 평균의 약 3배다. 고가도로도 63건에 3명이 숨져 4.8명을 기록했다.

교량과 고가도로의 노면 온도는 일반 도로보다 5~6도 낮다는 연구가 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한국외국어대 이채연 교수의 서해안고속도로 관측 분석에서도 교량에서 200m 이내 구간은 1km 이상 떨어진 지점보다 살얼음이 약 4배 자주 생겼고, 녹는 데도 더 오래 걸렸다. 같은 길에서도 다리 위에서만 차가 미끄러지는 이유다. 도로교통공단은 날씨가 맑아도 교량, 고가도로, 그늘진 구간, 터널 출입구에는 녹지 않은 살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사망치사율
마른 노면——1.3명
결빙 노면 전체4,112건83명2.0명
결빙 고가도로63건3명4.8명
결빙 교량135건8명5.9명
결빙 터널35건6명17.1명

얼음 위에서는 제동거리가 최대 7배

사고가 커지는 것은 제때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빙판길에서 승용차 제동거리가 마른 노면보다 최대 7배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1년 시험에서 시속 30km로 달리던 승용차는 마른 노면에서 1.5m 만에 멈췄지만 빙판에서는 10.7m를 미끄러졌다. 시험 당시 타이어 종류와 노면 온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도심 저속 주행에서도 10m 넘게 미끄러진다는 점에서, 앞차의 브레이크등을 보고 나서 제동하는 평소 습관으로는 늦다.

사고 형태도 이를 뒷받침한다. 도로교통공단 분석에서 결빙 노면의 추돌사고 비율은 마른 노면보다 14.0%포인트, 내리막길 사고 비율은 12.3%포인트 높았다. 평소와 같은 차간 거리로는 빙판에서 멈출 수 없다는 뜻이다.

반론: 건수로 보면 다리보다 일반 도로가 문제라는 시각

교량과 고가도로 사고는 합쳐 198건으로 전체 결빙 사고의 약 4.8%에 그친다. 사고 대부분이 일반 도로에서 나는 만큼 다리 위만 강조하면 더 흔한 위험을 놓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치사율만 보면 터널이 17.1명으로 가장 높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최근 연도인 2024년 한 해만 보면 서리·결빙 사고는 646건, 사망자는 12명이었다(경향신문, 도로교통공단 자료). 5년간 교량 사고 135건은 연평균 27건꼴이다.

다만 터널 수치는 35건 가운데 2020년 남원 사매2터널 사고 한 건에서 5명이 숨진 영향이 크다. 표본이 작아 일반화하기 어렵다. 교량은 사정이 다르다. 건수는 적어도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확률이 마른 도로보다 4배 넘게 높고, 운전자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시동뉴스가 교량·고가도로를 따로 짚는 이유다.

출근 전 확인할 것은 날씨보다 노면

행안부는 출발 전 날씨와 도로 상황을 확인하고 상습 결빙 구간과 사고 다발 지역을 미리 살피라고 권했다. 사고 다발 지역은 도로교통공단 TAAS에서 확인할 수 있고, 고속도로 결빙은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알릴 수 있다.

주행 중에는 다리에 들어서기 전에 속도를 줄이고 급제동·급가속·급핸들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행안부는 날씨와 관계없이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체인과 겨울용 타이어를 갖추라고 당부했다. 겨울 타이어 교체 기준은 별도 기사에서 다뤘다.

시동뉴스의 판단

데이터로 보면 빙판길 사고는 눈 오는 날보다 맑은 날에 더 많이 난다. 사고가 몰리는 12~1월에는 맑은 날 아침 출근길, 특히 교량과 고가도로 앞에서 평소보다 속도를 낮추고 차간 거리를 넉넉히 벌리는 것이 수치에 맞는 대응이다. 이번 분석은 2020~2024년 기준이다. 행안부와 도로교통공단이 올겨울 새 자료를 내면 교량 위험이 줄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김도현 편집장 · 분석·산업

시동뉴스 편집장. 완성차 업계의 가격 전략과 신차 출시 주기, 규제 변화를 분석한다. 판매 데이터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숫자가 말하는 흐름을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