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이오닉 5·EV6 겨울 급속충전, 배터리 컨디셔닝부터 켜야

겨울 급속충전이 느린 건 차가운 배터리 탓이 크다. 내비게이션에 급속충전소를 넣으면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도착 시간에 맞춰 배터리를 예열한다.

눈 덮인 산악 도로에 선 현대차 아이오닉 5 전측면
현대차 아이오닉 5 —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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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상 5도로 떨어지자 기아 EV6의 10~80% 급속충전 시간이 최적 조건의 18분에서 약 35분으로 늘었다. 기아 유럽법인이 2022년 배터리 컨디셔닝 업데이트를 내놓으며 공개한, 배터리 컨디셔닝이 없는 2022년형 EV6의 사내 시험 결과다.

시동뉴스는 겨울철 급속충전이 느린 이유가 충전기보다 차가운 배터리에 있다고 본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설명서가 공통으로 내놓는 해법은 충전소에 닿기 전에 배터리 온도를 올리는 '배터리 컨디셔닝'이다.

배터리가 차가우면 충전 속도가 떨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25~35도 부근에서 충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온도가 내려가면 전해질 저항이 커져 리튬이온의 이동이 느려지고, 그만큼 충전 속도도 떨어진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배터리 팩으로 들어가는 냉각수 유입구에 배터리 히터를 두고, 냉각수를 데워 배터리 온도를 높인다. 배터리 컨디셔닝은 이 히터를 쓰는 기능이다. 내비게이션에서 급속충전소를 경유지나 목적지로 정하면 주행 중 미리 배터리 온도를 맞춘다.

현대차그룹은 영하 30도 수준의 혹한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충전 로직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라도 충전 케이블만 연결하면 승온과 충전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E-GMP 배터리 팩과 배터리 히터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냉각수를 데워 배터리 온도를 높이는 배터리 히터 —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유럽법인은 업데이트를 하면 배터리가 적정 온도에 이른 뒤 충전 시간이 최대 50% 줄어든다고 밝혔다. 단축 폭은 히터 작동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단서가 붙었다.

내비게이션에 급속충전소를 넣으면 도착 시간에 맞춰 예열

아이오닉 5(2026년형) 취급설명서는 작동 방법을 두 가지로 안내한다. 하나는 인포테인먼트의 Electric Vehicle 메뉴에서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를 직접 켜는 수동 작동이다. 다른 하나는 내비게이션에서 급속 또는 초급속 충전소를 목적지나 경유지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충전소 도착 시간에 맞춰 급속충전에 적합한 배터리 온도를 만들어, 혹한기에도 상온 수준의 급속충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서는 적었다.

블루링크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마이현대 앱으로 주차 중 원격 작동도 할 수 있다. 원격 작동은 배터리 온도가 적합 범위에 들거나 30분이 지나면 끝난다.

설명서는 충전기 상태, 외기 온도, 배터리 온도 등 충전 조건에 따라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충전 전력 값이 낮아질 수 있다고도 적었다. 겨울에 충전 전력이 기대보다 낮게 찍히는 이유 중 하나가 배터리 온도라는 뜻이다.

배터리 온도에 따른 충전 시간과 배터리 컨디셔닝 개념도
배터리 온도가 최적 구간에 있을 때 충전 시간이 가장 짧다 —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유럽법인 자료에는 작동 조건이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DC 급속충전기로 정하고 배터리 온도가 21도 미만, 충전량이 24% 이상이면 예열이 시작되며, 적정 온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꺼진다. 다만 2022년 유럽 판매 EV6 기준이어서 국내 모델과 최신 소프트웨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델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다

시동뉴스가 확인한 설명서를 기준으로 보면 기능 이름은 같아도 작동 방식은 차종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대차그룹 역시 배터리 컨디셔닝은 차종 특성에 따라 작동 조건이 다르게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확인한 설명서작동 방식
아이오닉 52026년형 취급설명서수동, 내비게이션 연동, 앱 원격
아이오닉 62025년형 취급설명서수동, 내비게이션 연동, 앱 원격
코나 일렉트릭2025년형 웹 매뉴얼수동, 내비게이션 연동, 앱 원격
캐스퍼 일렉트릭2026년형 웹 매뉴얼모드 설정 후 내비게이션 연동, 앱 원격(수동 작동 안내 없음)
EV3·EV6·EV92026년형 사용 설명서작동 표시등(승온·냉각) 기재, 세부 내용은 요약본 참조

코나 일렉트릭 웹 매뉴얼은 기능이 작동하면 배터리 충전량 표시계에 승온 중 또는 냉각 중을 뜻하는 기호가 표시된다고 안내한다. 배터리 컨디셔닝이 겨울철 예열뿐 아니라 여름철 냉각에도 쓰인다는 의미다. 캐스퍼 일렉트릭 웹 매뉴얼에는 수동 작동 절차 없이 내비게이션 연동 방식만 실려 있다.

기아 인포테인먼트 웹 매뉴얼은 설정 메뉴의 Electric Vehicle 항목에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를 두고, 배터리 온도를 조절해 급속충전 성능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오닉 9과 EV4 설명서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다.

반론: 예열에도 배터리 전기를 쓴다

배터리 컨디셔닝에는 대가가 있다. 설명서는 배터리 온도를 조절하는 데 고전압 배터리 에너지를 쓰므로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질 수 있고, 적정 온도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경고한다. 충전량이 적으면 주행거리를 확보하려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배터리 히터가 없는 차량에서는 쓸 수 없다.

그래도 손익은 언제 켜느냐에 달려 있다. 집이나 회사에서 완속충전만 한다면 켤 이유가 적다. 급속충전을 앞두고 있다면 내비게이션 연동이 예열 시점을 도착 시간에 맞추므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인다. 현대차그룹도 충전과 주행 성능을 위해 기능을 작동 상태로 두라고 권장한다. 겨울철 주행거리 자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시동뉴스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 비교에서 다뤘다.

시동뉴스의 판단

겨울철 급속충전 시간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출발 전에 내비게이션에 급속충전소를 경유지로 넣어 두는 것이다. 다만 국내 판매 모델별로 예열 전후 충전 시간을 비교한 공식 수치는 아직 없다. 이번 겨울에는 현대차·기아가 무선 업데이트로 수동 작동과 원격 작동을 더 많은 차종에 넓히는지가 관건이다.